‘낙찰되면 수수료’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 인증서를 넘기는 순간 전자조달법 위반과 입찰참가자격 제한이 걸릴 수 있습니다
입찰을 계속 떨어지다 보면 이런 제안이 솔깃하게 들립니다. “월 이용료 부담 없이, 낙찰되면 그때 수수료만 주세요.” 되지도 않았는데 돈부터 나가는 게 아니니 손해 볼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계약은 정말 손해가 없을까요? 저는 두 가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수수료를 무엇에 대해 떼는지이고, 다른 하나는 그 대가로 무엇을 넘기는지입니다. 특히 두 번째는 돈 문제가 아니라 법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특정 업체의 계약을 확인하고 쓴 글이 아닙니다. 성공보수형 제안을 받았을 때 계약서에서 확인할 부분을, 법령 조문과 계산 예시로 정리한 글입니다. 본문의 숫자는 모두 설명을 위한 가정입니다.
1.수수료의 기준이 ‘매출’이면 이익이 먼저 사라집니다
성공보수는 보통 낙찰금액이나 계약금액에 비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제안됩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수수료율만 봅니다. “3%면 괜찮네.” 그런데 3%는 매출 기준이고, 회사에 남는 건 이익입니다.
계산 예시로 보겠습니다. 계약금액 3억 원짜리 용역을 낙찰받았고, 인건비·재료비·경비를 빼고 남는 이익률이 5%라고 가정합니다.
| 항목 | 금액 |
|---|---|
| 계약금액 | 3억 원 |
| 이익(이익률 5% 가정) | 1,500만 원 |
| 수수료(계약금액의 3% 가정) | 900만 원 |
| 수수료 뒤 남는 이익 | 600만 원 |
수수료율은 3%인데, 이익 기준으로 보면 60%를 떼어 준 셈입니다. 이익률이 더 낮은 공사나 물품 납품이라면 수수료를 내고 나서 적자가 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계약서에서 확인할 것은 수수료율보다 기준 금액입니다.
- 낙찰금액 기준입니까, 실제 계약금액 기준입니까, 받은 대금 기준입니까
- 부가가치세 포함 금액입니까
- 계약금액이 감액되거나 계약이 해지되면 이미 낸 수수료는 어떻게 됩니까
- 장기계속계약처럼 여러 해에 나눠 계약하면 매년 수수료가 붙습니까
- 낙찰 후 회사 사정으로 계약을 포기하면 수수료를 청구합니까
낙찰은 입찰의 끝이 아니라 계약 이행의 시작입니다. 이행 중에 생기는 위험은 회사가 지는데, 수수료는 낙찰 시점에 확정되는 구조라면 위험과 보상이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겁니다.
월 이용료형 서비스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더 분명해집니다. 월 10만 원짜리 정보 서비스를 1년 쓰면 120만 원입니다. 위 예시의 수수료 900만 원은 그 일곱 배가 넘습니다. 물론 성공보수형은 낙찰이 없으면 돈이 나가지 않으니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낙찰 한 건에 얼마를 내는가”를 연간 고정비로 바꿔 계산해 보면, 성공보수가 싸다는 느낌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대개 아직 낙찰되지 않았기 때문에 싸 보이는 겁니다. 이 숫자들도 모두 가정입니다.
2.“인증서만 맡겨 주시면 저희가 투찰까지 해 드립니다”
성공보수 제안이 여기까지 가면 멈춰야 합니다. 나라장터 전자입찰은 회사 명의 인증서로 전자서명을 해서 입찰서를 냅니다. 이 인증서를 입찰 목적으로 남에게 넘기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전자조달의 이용 및 촉진에 관한 법률」 제20조(부정한 전자조달행위의 금지)는 이렇게 정합니다.
※누구든지 전자입찰에 참여하게 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자서명법」 제2조제6호에 따른 인증서를 양도 또는 대여하거나 전자입찰에 참여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인증서를 양도 또는 대여받아서는 아니 된다.
금지 대상이 넘겨준 쪽과 넘겨받은 쪽 양쪽 모두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같은 법 제29조는 이를 위반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제30조 양벌규정은 대리인·사용인·종업원이 법인 업무에 관해 위반하면 행위자 외에 법인에도 벌금형을 과하도록 합니다. 제26조는 이런 부정한 전자조달행위를 신고하고 증거자료를 낸 사람에게 조달청장이 포상금을 줄 수 있다고 정합니다.
형사처벌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6조제2항제1호가목은 입찰에 관한 서류를 위조·변조하거나 부정하게 행사한 자를 입찰참가자격 제한 대상으로 들면서, 전자조달시스템으로 입찰서를 내는 경우 인증서를 포함한다고 괄호로 명시합니다. 같은 조 제3항은 부정당업자에 대해 1개월 이상 2년 이하의 범위에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도록 합니다.
한 번 낙찰을 기대하고 인증서를 넘겼다가, 앞으로 최대 2년 동안 공공입찰 자체를 못 하게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같은 조 제6항은 법인의 경우 해당 입찰·계약 업무를 맡은 대표자에게도 제한을 적용하도록 합니다.
※회사 직원이 회사 업무로 회사 인증서를 쓰는 것과, 외부 업체에 인증서를 넘겨 입찰을 대신 하게 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구체적인 사안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계약 내용과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애매하면 서명 전에 발주기관이나 전문가에게 확인하세요.
3.여러 회사의 투찰가를 한 곳에서 정해 준다면
성공보수형 업체가 여러 고객사를 두고 있다면 또 하나의 질문이 생깁니다. 같은 공고에 들어가는 고객사 여러 곳의 투찰가를 그 업체가 정해 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0조제1항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입찰가격이나 낙찰자 등을 결정하는 행위를 합의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하도록 하는 것도 금지합니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제1항제2호는 입찰자 간에 미리 입찰가격 등을 협정하거나 특정인의 낙찰을 위해 담합한 자를 부정당업자로 규정합니다.
제가 여기서 이런 계약이 곧 담합이라고 단정하려는 건 아닙니다. 판단은 사실관계를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와 법원이 합니다. 다만 투찰가 결정을 외부 한 곳에 몰아주는 구조는 이 조문들이 문제 삼는 행위와 거리가 가깝다는 점을 알고 계약하시라는 겁니다. 이 부분은 다음 글에서 조문을 더 자세히 보겠습니다.
4.서명 전에 계약서에서 확인할 목록
① 수수료 기준 금액이 낙찰금액·계약금액·수령 대금 중 무엇인지, 부가세 포함 여부
② 계약 감액·해지·포기 시 수수료 반환 또는 조정 조항이 있는지
③ 인증서, 나라장터 아이디·비밀번호, 보안토큰을 요구하는 조항이 있는지 — 있으면 서명하지 마세요
④ 투찰 금액의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로 적혀 있는지 — 회사가 결정한다고 명시돼야 합니다
⑤ 같은 공고에 다른 고객사도 참여할 때 어떻게 하는지 설명이 있는지
⑥ 수수료 지급 시기와 미지급 시 위약금 조항
⑦ 제공하는 서비스가 정보 제공인지, 서류 작성 지원인지, 투찰 행위 자체인지
③과 ④는 돈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입찰 자격이 걸린 문제입니다. 수수료율을 깎는 협상보다 먼저 확인하세요.
5.정리
“낙찰 안 되면 돈 안 받는다”는 말은 이용자의 위험을 줄여주는 것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수수료가 매출 기준이면 이익이 먼저 줄고, 인증서를 넘기는 구조라면 회사가 형사처벌과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라는 훨씬 큰 위험을 떠안습니다. 넘기는 쪽도 받는 쪽도 금지 대상입니다.
입찰은 회사 이름으로, 회사 인증서로, 회사가 정한 금액으로 내는 겁니다. 정보를 사고 도움을 받는 건 괜찮습니다. 입찰 행위 자체를 넘기는 계약이라면 수수료가 아무리 낮아도 서명할 이유가 없습니다.
출처
- 「전자조달의 이용 및 촉진에 관한 법률」 제20조(부정한 전자조달행위의 금지), 제26조(포상금의 지급), 제29조(벌칙), 제30조(양벌규정) — 시행 2026. 1. 2. 기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제27조(부정당업자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 등) 제1항제2호 — 시행 2026. 6. 11. 기준
-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6조(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제2항제1호가목, 제3항, 제6항 — 시행 2026. 6. 3. 기준
-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0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제1항 — 시행 2026. 5. 12.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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